정치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이 그 어느때보다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던 최근, 문화계에서도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기도 했고, 남북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도 많아졌다. 작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이산가족찾기' 관련 작품을 보았는데, 어렸을 때 하루종일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보았던 기억도 났었다. 그런데 같이 갔던 젊은 친구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었다. 전쟁의 경험도, 전쟁으로 인한 가족사도 없는 세대라 전쟁세대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산가족찾기 방송에 대한 기억은 윗세대의 아픔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게 했었다. 나는 '남북통일'을 아직은 '가족'의 만남, '민족의 화합'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산가족찾기 방송의 영향이 크다.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통일은 무엇을 의마할까 궁금해졌다.
지난 3월 28일부터 극단 새벽의 레퍼토리연극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이 막을 올렸다. 극단 새벽 연출 이성민씨가 1998년에 B.브레히트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처음 올렸던 극으로 20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된 분위기에서 다시 만난다. 벚꽃이 막 피어나던 봄날, 연극을 보기 위해 효로민락소극장으로 향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있던 회원 두 분과 함께 동행했다. 오랫만에 소극장 연극을 본다며 기대가 컸다. 이 연극은 연희극 형태였다. 연희극은 전통 연희의 놀이성이 가미된 극이다. 대학 탈패와 풍물패에서 동아리활동을 했던 나에게는 연희극이 정통 연극보다 편하게 다가왔다. 사자와 차사들이 영지라는 여자의 장례식에 와서 그녀를 데려가려고 한다. 영지는 비무장 지대 안에 자신의 묘자리를 쓰기로 했는데, 아직 그 골짜기에 관한 소유권 분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자 사자와 차사들은 4년 전에 데려간 망자 임선녀의 이야기를 해주기로 한다. 임선녀의 이야기는 1945년 8월 15일에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사자와 차사가 영지에게 임선녀의 이야기를 해 준 이유를 알게 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임선녀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일제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윗 세대들이 겪은 고초를 엿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 온 세월, 생사를 모른 체 흩어져 살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임선녀는 자신이 낳은 아들도 아니지만 범성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그녀가 살아 온 세월은 한국 근현대사의 불행한 시기를 모두 지나쳐온다. 극 중 대감놀이는 선녀와 범성이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애초에 뿌리를 내렸던 땅주인과, 남의 땅에 가서 자란 호박과 송아지 등을 두고 주인을 가리는 재판은 임선녀와 범성이, 그리고 범성이의 애초의 어머니 사이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범성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강원도 땅이 있다. 그 땅이 아니었다면 그런 싸움이 벌어졌을까?
남북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애초에 하나였던 민족이니 합쳐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국제 경제를 고려하더라도 하나가 되어야한다고도 말한다.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이산가족도 이제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얼마 남지 않는 지금은 경제적 이유에서 통일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 통일이 되면, 지금의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거나, 국방비를 아껴 다른 사업에 쓸 수 있다거나 하는 장점과 통일비용이 어마하게 많이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와 함께 엄청난 부동산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부동상이 최고의 부의 원천이 되는 한국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송아지 싸움도, 호박 싸움도 아닌 땅싸움이 일어날 것인데 나는 과연 어느 편을 들게 될까?
이 연극은 1945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시간을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보여준다. 2시간에 이르는 상연 시간을 길다고 느끼지 못할만큼 서사성도 있고, 중간 중간 사자와 차사의 연희, 대감놀이 등이 호흡을 조절한다. '통일'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통일 이후' 벌어질 땅 소유권 분쟁을 생각해본다. 그런 점에서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통일'은 '무엇'을 위한 통일이어야 하는걸까?
정치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이 그 어느때보다도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던 최근, 문화계에서도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북한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기도 했고, 남북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도 많아졌다. 작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이산가족찾기' 관련 작품을 보았는데, 어렸을 때 하루종일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보았던 기억도 났었다. 그런데 같이 갔던 젊은 친구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었다. 전쟁의 경험도, 전쟁으로 인한 가족사도 없는 세대라 전쟁세대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산가족찾기 방송에 대한 기억은 윗세대의 아픔에 조금은 공감할 수 있게 했었다. 나는 '남북통일'을 아직은 '가족'의 만남, '민족의 화합'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산가족찾기 방송의 영향이 크다.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통일은 무엇을 의마할까 궁금해졌다.
지난 3월 28일부터 극단 새벽의 레퍼토리연극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이 막을 올렸다. 극단 새벽 연출 이성민씨가 1998년에 B.브레히트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처음 올렸던 극으로 20년이 지난 지금,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전된 분위기에서 다시 만난다. 벚꽃이 막 피어나던 봄날, 연극을 보기 위해 효로민락소극장으로 향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있던 회원 두 분과 함께 동행했다. 오랫만에 소극장 연극을 본다며 기대가 컸다. 이 연극은 연희극 형태였다. 연희극은 전통 연희의 놀이성이 가미된 극이다. 대학 탈패와 풍물패에서 동아리활동을 했던 나에게는 연희극이 정통 연극보다 편하게 다가왔다. 사자와 차사들이 영지라는 여자의 장례식에 와서 그녀를 데려가려고 한다. 영지는 비무장 지대 안에 자신의 묘자리를 쓰기로 했는데, 아직 그 골짜기에 관한 소유권 분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자 사자와 차사들은 4년 전에 데려간 망자 임선녀의 이야기를 해주기로 한다. 임선녀의 이야기는 1945년 8월 15일에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사자와 차사가 영지에게 임선녀의 이야기를 해 준 이유를 알게 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임선녀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일제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윗 세대들이 겪은 고초를 엿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 온 세월, 생사를 모른 체 흩어져 살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임선녀는 자신이 낳은 아들도 아니지만 범성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그녀가 살아 온 세월은 한국 근현대사의 불행한 시기를 모두 지나쳐온다. 극 중 대감놀이는 선녀와 범성이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애초에 뿌리를 내렸던 땅주인과, 남의 땅에 가서 자란 호박과 송아지 등을 두고 주인을 가리는 재판은 임선녀와 범성이, 그리고 범성이의 애초의 어머니 사이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범성이에게 물려주어야 할 강원도 땅이 있다. 그 땅이 아니었다면 그런 싸움이 벌어졌을까?
남북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이산가족의 상봉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애초에 하나였던 민족이니 합쳐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국제 경제를 고려하더라도 하나가 되어야한다고도 말한다.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이산가족도 이제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얼마 남지 않는 지금은 경제적 이유에서 통일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 통일이 되면, 지금의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거나, 국방비를 아껴 다른 사업에 쓸 수 있다거나 하는 장점과 통일비용이 어마하게 많이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와 함께 엄청난 부동산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부동상이 최고의 부의 원천이 되는 한국에서 당연한 일일지도. 송아지 싸움도, 호박 싸움도 아닌 땅싸움이 일어날 것인데 나는 과연 어느 편을 들게 될까?
이 연극은 1945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시간을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보여준다. 2시간에 이르는 상연 시간을 길다고 느끼지 못할만큼 서사성도 있고, 중간 중간 사자와 차사의 연희, 대감놀이 등이 호흡을 조절한다. '통일'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통일 이후' 벌어질 땅 소유권 분쟁을 생각해본다. 그런 점에서 '어느 골짜기에 관한 논쟁'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통일'은 '무엇'을 위한 통일이어야 하는걸까?